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은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나가버렸다. 매년 차례나 제사는 시어른들께서 주관해서 하시는지라 항상 보조만 하니 막상 주도해서 하라고 하면 막막할 듯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잘 알고 기록해 보고자 한다.
1. 제사(祭祀)의 유래와 의미
제사(祭祀) : 고려시대 중국에서 주자학이 전래되며, 함께 유입되어 조선시대부터 본격 행해지기 시작한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의식. 벼슬이 높을 수록 윗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내 고조부까지 지내는 4대 봉사까지 행해졌고, 보통 국민들은 부모의 제사만 지낼 수 있었으나, 신분제 철폐이후 너도나도 2~4대 봉사를 행했다고 한다. 아마 누구나 다 높은이가 되고 싶었는지도..
- 효과적 통치를 위한 도구로써의 제사 : 조선은 유교로 정치한 나라로 그 근간은 가부장제. 유교에서는 사회나 국가를 가정의 확대판으로 보아 가정의 중요한 덕목인 '효'를 준수. 가부장은 가문에서 절대적 권력으로 가문을 통치. 같은 맥락으로 나라의 가부장은 왕이며, 자신의 권력이 무궁한 조상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역대 왕들에게 장엄하게 제사를 지냄. 일년에 수십 차례 좋은 것으로 제사를 지내니 조선 정부는 제사를 지내는 장남에게 더 많은 유산 상속이 되도록 법을 바꿔 유교식 가부장제를 정착시킴. 놀랍게도 1990년대 초반까지 이런 상속법이 유지되다가 그 이후가 되어서야 아들딸 구별하지 않고 균등하게 상속하는 쪽으로 법이 바뀜.
- 종교적 의미로의 제사 : 간접적인 영생법.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종교를 만들고 나름의 방법으로 영생과 불멸을 꿈꿔 사후 세계를 인정. 하지만 유교에는 영생법이 없음. 그러나 유교인들도 인간인 이상 영원히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 그리하여 자신의 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생하는 방법을 택함. 아들은 일 년에 서너 번씩 잊지 않고 제사를 지내 부모를 기억하고, 부모 입장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아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것. 이렇게 찰나적 존재가 아닌 유구한 조상들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은 영원한 존재라고 확인하게 됨.
2. 기제사(忌祭祀)와 차례(茶禮)
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 치르는 의식이고, 차례는 명절 등 낮에 조상들께 인사드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짜의 늦은 밤, 그 대상은 그날 돌아가신 조상님과 배우자가 되며, 차례는 명절 오전 시간에 치르며 그 대상은 모든 조상님이 된다. 또한 차리는 음식은 비슷하지만 차례의 경우 설에는 떡국을, 추석에는 송편을 추가해서 올린다. 한 가지 다른점을 덧붙이자면 제사는 술을 세 번, 차례는 술을 한 번 올린다고 한다.
3. 지방(紙榜)이란?
차례나 제사 때는 신위(神位)라 하여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의지할 자리를 마련하는데, 고인의 사진이나 지방(紙榜)을 일컫는다. 사진이 없을 경우 지방(紙榜)을 마련하는데 이는 신주를 모시고 있지 않은 집에서 차례나 기제사 때에 종이에 써서 모시는 신위를 말한다. 일반적인 지방의 크기는 가로 6센치, 세로22센치라고 한다.
- 지방(紙榜)쓰는 법
지방은 고인을 모신다는 뜻의 나타날 현(顯)자를 쓴 후, 고인과 제주(祭主)와의 관계, 고인의 직위, 고인의 이름을 쓰고, 신위(神位)라는 글자로 마무리 해주면 된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면 아버지는 왼쪽, 어머니는 오른쪽에 적는다.
지방은 한자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한글로 지방을 적는 경우도 있다. 한자를 우리말로 옮겨 '현고학생부군신위'라고 쓰거나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 로 간단하게 쓰기도 한다. 이는 더 이상 과거 급제 등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관직 등의 신분제 사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 소지(燒紙)
지방을 태우는 것을 소지(燒紙)라고 하며, 조상신에게 소지를 하면서 소원을 비는 전통의례, 소지할 때 지방이 하나도 남김없이 잘 타면서 위로 솟아오르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었다. 지방을 태우지 않고 다음에 다시 재사용하려고 보관하면 자손들과 조상님이 함께 동거를 하게 되어 자손들에게 우환을 가져오는 일이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