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의 권유로 조산원 출산을 결정했다.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병원이 없던 예전 우리의 엄마들은 다 조산원에서 우리를 낳았고 우리는 이렇게 잘 자라고 있으니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신감을 올렸다.
첫째는 안산에 위치한 조산원에서 출산했고, 둘째는 엄마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첫째의 거취문제 때문에 조산사 선생님과 상담결과 집에서 낳아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1. 조산원 출산기 - 첫째 (B형, 체중 3.7kg, 머리둘레 37cm, 키 51cm)
2015.05.14 아침
아랫배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배가 살살 아파왔다.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모르지만 오후부터는 5~6분에 한번 30~40초 가량의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21일이 예정일이었으나 너무도 잘 자라고 있는 아이덕에 일주일 정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우리는 이때만해도 곧 우리 곶감이를 볼 수 있나보다 하고 설레였다. 지속적으로 진통을 겪으며 다음날인 15일 아침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2015.05.15 아침 8:40
이슬이 비쳤고, 아침식사 후 남편이 만들어 준 '불수산'이라는 약을 먹었다. 불수산은 부처님의 손으로 아기를 받는 것처럼 순산을 돕는다는 뜻으로 자궁이 수축하는 것을 도와줘 진통시간을 줄여주는 약이란다. 아픈 와중에도 힘을 잘 주려면 고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왕복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돼지갈비집까지 걸어가서 진통을 참으며 고기를 먹었다^^ 진통 간격이 5분에서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다시금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밤을 보냈다. 조산사 선생님은 2~3분 간격이 될 때 오라고 하셨지만 지치기도 하고,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2015.05.16 새벽 4:30
안산에 있는 '이명화 조산원'으로 출발했다. 아침식사 후 내진을 해보니 자궁문이 4센치가 열려 있었고 조산사 선생님의 권유로 밖에 나가 운동을 시작했다. 출산의 현장을 녹화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정비하고는 오후 2시 40분에 다시 내진을 하니 8센치가 열려 있었고, 곶감이 머리는 아직 안내려 왔었다. 시간은 계속 지나고.. 진통할 때 아빠가 배를 눌러서 곶감이가 나오는 것을 도와주기로 결정하고, 그 때부터는 전쟁이었다. 출산방에 누워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명주실을 잡고, 진통이 올 때마다 힘을 주고 남편은 위에서 곶감이가 더 잘 나오라고 눌러주고, 조산사 선생님은 아래쪽에서 곶감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점점 지쳐갔지만 병원에서 수술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 악물고 열심히 힘을 준 결과. 드디어 밤 11시 43분 곶감이의 첫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울음소리도 잠시! 엄마품에 쏙 안기니 울음소리가 잠잠해졌고, 젖도 한번 물려보고^^ 그 순간 고통은 싹 사라지고, 너무 행복했다.
정신이 없어서 결국 디지털 카메라로 영상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날의 일을 평생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2. 가정 출산기 - 둘째(A형, 체중 3.8kg, 머리둘레 36cm, 키 52cm)
엄마 옆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첫째라, 동생 나오는 것을 기다릴 때도 낯선 환경보다는 집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산사 선생님과 의논끝에 가정출산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조산원에서 첫째를 낳았었기 때문에 집근처 병원에서 한달에 한번 정기검사를 하다가 출산 예정 한달 전쯤 조산원에 방문해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 후 진통이 오면 선생님께 전화를 하기로 했다.
2017.10.09 오후
오후부터 배가 사르르 아팠다. 약한 생리통과 같은 기분. 17일이 예정이었으나 머리도 크고 체중도 좀 나가는 편이라 형처럼 일주일정도는 빨리 나왔으면 싶었다. 머리둘레가 큰 편이 우리 아들들 지금 나와야 더 쉽게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나보다^^
2018.10.10 오후
전날과 같이 오전 내내 살살 아팠던 배가 오후에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오전에 조산사 선생님께 전화를 했고, 경산모이기 때문에 첫째에 비해 조금 빨리 진행될테니,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지속되면 다시 전화를 주기로 했다. 참고로 조산원은 안산에 위치해 있어서 집까지 1시간이면 도착이 가능했다.
진통을 하면서 첫째를 재우고, 그렇게 7~10분 간격이 된 늦은 오후 10시 30분에 선생님께 전화를 했고, 선생님은 출발을 알렸다. 그때부터 정말 빨리 진행됐다. 5~7분 간격으로 허리가 끊어질 정도의 진통이 40초~1분가량 진행이 되었고, 신음성을 내며 진통을 하면 그 후 휴식기는 손이 덜덜 떨렸다. 빨리 끝나라 빨리 끝나라.. 대뇌이며 반복했다ㅜㅜ 신랑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휴대폰을 들고 서성였다. 11시 30분 드디어 선생님이 오셨다. 그 이후는 일사분란하게 출산 준비가 이루어졌다. 거실에 요를 깔고, 선생님이 준비해오신 방수포를 깐 후, 누워서 내진을 했고, 8cm 열렸고, 곧 나오겠다고 힘줘보자고 하셨다. 신랑은 내 머리맡에서 상체를 받쳐주고, 선생님은 진통이 올 때마다 호흡과 힘주기를 유도해 주셨다. 허리를 바닥에 붙이고, 힘을 줘야하는데 너무 아파서 자꾸 허리가 들렸다. 첫째와 비슷하게 머리가 커서 나올 때도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나마 첫째보다 1cm 작은 머리둘레로 회음부 절개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30분..
2018.10.11 자정이 2분 지난 후
둘째가 세상에 나왔다. 신기하게도 진통하는 동안 시끄러웠을텐데도 잘자던 첫째가, 둘째가 내 품에 안겨 우는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깼다. 동생을 맞으려고 준비하려는걸까? 방안에서 거실을 힐끔힐끔 보기만 하다가 이내 내 품에 안겨있는 동생을 보고는 슬며시 다가와 신기하게 쳐다보고 만져본다.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설명을 해주니, 줄어든 내 배와 동생을 번갈아 쳐다보고 신기해 하는 아이^^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탯줄을 자르고 후처치를 하고..
젖물리는 것을 도와주신 조산사 선생님이 조산원으로 돌아가신 후 우리 네 식구는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새로 맞이한 새 식구를 보면서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웠다.
첫째와 둘째 출산을 비교하여 한 줄로 정리하자면!!
첫째는 가늘고 길게! 둘째는 굵고 짧게! ^^
그렇게 우리는 네 식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