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짜리 발 마사지만 하면서 일하는 건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발 마사지 순서도 긴장해서 까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학원에서 배운 루틴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간혹 관리가 끝나고 내가 짠해 보였는지 몇몇 관리사들이 와서 그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다고 얘기를 해 주기도 했는데 그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학원에서 돈 주고 배운 것도 손에 익지 않아서 어버버하는데 남이 알려준 걸 사용하면 더 뒤죽박죽될 것 같아서 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정도 발 마사지만 계속하다 보니 어느 정도 손의 움직임과 순서가 익숙해졌고 부드럽게 받는 외국인들의 성향 때문에 조금이나마 발 마사지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재미가 있어졌습니다. 발은 그렇다 치고 전신 마사지 또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샵에서는 다들 바쁘다 보니 연습을 부탁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내한테 연습했습니다.
실제 일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높낮이 조절되는 접이식 마사지 베드도 사고, 의자도 사고, 마사지 유니폼도 2벌 사서 입혀 놓고 했지요. 또 온장고도 사고 수건도 사고 마사지 크림도 샀습니다. 마사지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마사지 후 온습포로 닦아내고 마무리하는 동작들의 끝 느낌도 중요하기에 연습할 겸 그냥 다 구입해 버렸어요.
나름 심혈을 기울여서 집사람을 주물러댔지만 신혼여행가서 받은 마사지의 그 좋았던 느낌은 커녕 분명 똑같은 곳을 눌렀는데도 어떤 때는 아프다고 그러고, 어떤 때는 안 아프다 그러고, 어떤 때는 별 느낌도 없다고 그러니까 뭐가 잘못된 건지 몰라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마사지를 평소에 받았던 사람이면 여러 가지 느낌들을 아니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받을 텐데 이건 뭐 그게 아니다 보니 내가 얻을 게 거의 없었습니다. 웃긴 건 무슨 남편이 누르는데도 긴장을 하는지... 게다가 자기 몸인데도 몸에 힘을 뺀 건지 안 뺀 건지 내가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 하니 초보자 입장에서 얼마나 답답하던지.
"여기 눌렀을 때 어때?"
"아파"
"좀 더 살살 눌러볼게. 지금 괜찮아?"
"잘 모르겠어. 별 느낌이 없는데?"
"느낌이 없다고?"
"응. 여기 누르면 무슨 느낌이 나야 되는 건데?"
"그걸 내가 모르니까 연습하고 물어보는거지 알면 뭐하러 하냐...;;;"
"그래? ㅋㅋㅋ 다시 해 봐."
"어때?"
"아까랑 똑같이 누른 거야?"
"그런 거 같은데 왜 이상해?"
"흠...아까는 조금 아팠는데 지금은 더 아픈 거 같기도 하다."
"힘은 뺀 거지?"
"뺀 거 같은데 이게 힘을 뺀 건지 안 뺀 건지 모르겠어."
"하..... 다른데 하자. 다리 쪽 한다. 연속해서 쭉 할테니까 좀 잘 느껴봐봐."
"알았어."
"(연속으로 마사지 한 뒤) 다리 한 거 어때?"
"(대답 없음)"
"여보! 다리 한 거 어떠냐고."
"(자다가 깨서) 어? 뭐라 그랬어?"
"잤어?"
"미안...ㅋㅋㅋ 졸려."
"그냥 자라."
자주 이런 식이었는데 이걸 뭐라고 할 수가 없는 게, 전철 타고 집에 오면 12시 반이 넘은 데다가 씻고 배고파서 암거나 대충 먹고 연습하면 새벽1시30분인데 집사람은 야행성이 아니라서 12시 넘으면 비몽사몽이고 그런 사람을 붙잡고 연습하려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단지 뼈의 위치만 확인하고 각각의 부위를 눌렀을 때 기분이 나쁜지 안 나쁜지 정도의 정보만 얻었고 배운 순서를 익히는 상대로만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전철 안에서는 눈 감고 순서를 계속 복기 했어요.
이러면서 지내다가 3주가 채 안돼서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이 많아 관리사가 한 명 모자랄 때 전신 관리에 다시 투입되기 시작했는데 어리버리하기도 했지만 계속하다 보니 크게 힘도 안 들고 나름 요령도 생기면서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하긴 해도 나름 할만하다는 생각과 초보니까 처음에는 고생하는 게 당연한 거라는 자기 위로를 하면서 약 3개월을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명동까지는 편도 2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좀 줄여보자는 생각이 들어 마사지 이직을 위해 수원쪽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중에 초대형 샵 한 곳에 구인 공고가 떠서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면접을 보러 간 그 곳에서 마사지가 할만하다는 저의 생각은 산산조각이 나버림과 동시에 명동은 천국이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사람을 만나는 기회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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