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에 한 달간은 회사를 계속 다녔습니다.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고, 축하해줘서 감사하다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떡 돌리고 양가 어르신들께 인사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결혼 후에 바쁜 일정들이 끝나갈 즈음에 마사지 전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일단 아무것도 모르기에 인터넷을 뒤적거려 봤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 마사지샵 중에 한 군데를 정해서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관리사분께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사지 업계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어떤지, 근무 환경, 초보자 취업은 어떻게 하는지, 경기는 어떤지 감만 잡기 위해서 물어봤는데 이 정도면 할만하다 싶은 생각이 바로왔습니다.
제일 좋았던 건 회사처럼 회식 없고, 상사 비위 안 맞춰도 되고, 자기 시간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전직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2월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2개월이 지났을 때 회사에다 한 달만 더 일하고 그만두겠다고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사직서 낼 때의 그 기분은 날아갈 거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회사에서는 사람 구하기 힘든데 그만두지 말라고 술 사주면서 회유를 하기 시작했지요. 동종 업계로 이직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헛웃음도 나왔습니다. 분명히 사직서에 '금형 일이 힘들고 건강이 안 좋아져서'라고 썼거든요. 사직서 내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여하튼 일단 마사지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퇴사 전까지 마사지 교육기관을 알아봤는데 주로 서울에 몰려 있었습니다. 교육기관들은 꽤 많이 있었는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강남이라서 강남에서 마사지 교육을 한다는 곳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았어요. 참고로 국내에서 마사지 구인 구직 관련 가장 큰 유일무이한 커뮤니티가 다음카페 마연성인데 여기는 가능하면 가입을 하세요.
이 당시에 제가 알아본 상담 내용을 정리하면,
1. 교육 기간은 3주 완성부터 2개월, 3개월, 6개월 과정까지 다양하다. 어느 정도 연습할 시간은 필요하기에 3개월 미만이 가장 적당합니다.
2. 기간이 짧을수록 전부 실기 테크닉 교육이다. 보통 주 2회나 주 3회 수업이다. (주 2회보다 3회를 선택하세요. 까먹는 게 생겨서 그렇습니다.)
3. 기간이 길수록 이론 교육이 들어가고 교재비 포함된 가격이다. (처음에 이론 교육은 안 해도 됩니다. 나중에 공부해도 충분해요. 실제로 일하다보면 경력 10년인데도 이론 모르는 관리사들 많습니다.)
4. 스포츠 마사지, 경락 마사지, 발 마사지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선택 사항이긴 하지만 보통 여자는 3가지 다 배우고 남자는 스포츠와 발 마사지만 배운다. (이건 실무에서 여자 아로마나 경락 손님이 오면 남자 관리사 투입 안 시키는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룸에 CCTV 달린 곳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성추행 사고가 가끔씩 일어나기 때문에 증거자료 대비용으로 설치합니다. 정 필요하면 나중에 배우면 됩니다.)
5. 실습 상대가 있어야 하므로 일정 인원이 충족 안 되면 교육을 안 한다.
6. 비용은 75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있었다. 교육이 끝나면 수료증이 나오는데 수료증 발급 비용이 교육비에 포함이 안돼서 따로 내는 곳도 있다. (실무에서 수료증은 중요하지 않고 필요도 없고 쓸모도 없어요. 마사지샵은 대부분 이력서 자체를 요구하지 않아요. 실제 마사지 면접인 데모로만 평가합니다.)
7. 자사 교육기관에서 수료하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마사지샵에 취업을 시켜주거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알선해주는 곳도 있다. (자리 안 나면 기다려야 하고 크게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돈은 둘째치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다니세요.) 정도였습니다.
저는 75만 원짜리, 하루에 3시간씩 일주일에 3회 2개월 과정을 선택했습니다. 이론없이 실기만 배웠고 교육생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었고요 강사가 신체 한 부위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서 연습하고의 반복이었습니다. 힘들 거라는 건 알았지만 엄지손가락을 쓰는 부위에서는 2주 정도 지나다 보니 힘이 너무 들어가서 관절이 아파왔습니다. 4주 지나니 허리도 아팠고요.
저 뿐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들 전부 다 그랬습니다. 실제로 일하다보면 마사지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손가락이나 손목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팔꿈치를 사용하게 되는 거고 몇몇 샵은 모지로 마사지 시에 추가 요금을 받기도 합니다. 체중 실어서 무게 이동하는 것도 감이 안 잡혀서 처음에는 전혀 쉽지 않았습니다.
교육 끝날 때까지도 감을 못 잡아서 고생한데다 체격도 작아서 더 애를 먹었어요. 한국 사람 상대로 마사지하려면 일단 덩치 크고 키가 큰 게 확실히 유리하긴 합니다. 하여간 시간은 흘러 2개월의 교육이 끝나고 부원장님의 권유로 마사지 업계에서 상당히 빡세다는 명동에서 취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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