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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칼럼

일본 마사지사의 마사지 잘하는 법 두 번째 에피소드

by 효가드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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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준 걸 다 써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걸 한 번에 습득하는 사람은 연습이 필요없으니 인간이 아니고 외계인이겠지요. 가르쳐 준 걸 아내한테 써 먹어봤는데 어설프긴 해도 역시 덜 아프다고 합니다. 아내한테 마사지를 해 주면 다음 날 근육통이 와서 아프다고 했었는데 접촉 부분을 바꾸니 근육통이 거의 안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늘 생기는 법이니 사용을 안 하던 부위를 사용하려니까 제 몸이 아팠습니다. ㅠㅠ

 

"마사지는 기본적으로 천천히 해야 된다. 어깨를 풀 거라면 어깨를 가볍게 만져줘야 해. 그건 내가 여기를 건드릴 거라고 미리 신호를 주는 거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만지는 거야. 그리고 누를 때 말고 뗄 떼도 갑자기 확 떼면 안 된다. 갑자기 확 떼면 누를 때보다 더 아픈 경우도 있어."

"네."

"손님한테는 내가 관리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된다."

"정성스럽게 하라는 얘기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목을 만지는데 꾹 눌렀다가 손을 다 떼고 다시 눌렀다가 다 떼고 이러면 극단적으로 말했을 때는 시비거는 기분이 든다. 누가 니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밀면서 꼽냐? 라고 시비걸면 기분 나쁘잖아. 그런 느낌으로 가지 말고 손을 다 떼지마. 스치거나 쓰다듬듯이 이동하면서 눌러줘. 몸에서 손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하는 게 전신을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고 내가 지금 만지는 부위에서는 최대한 손을 밀착시키라는 이야기야. 그러면 손의 온기를 계속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분 좋고 긴장도 더 잘 풀린다."

"음..."

"그리고 내가 관리하다가 다리 흔들면서 마사지 하는 거 봤나?"

"네. 다른 관리사들은 그거 보고 웃던데요."

"웃으라 해라. 웃기잖냐."

"그건 왜 그런 거에요?"

"박자 타는 거다. 내 방식대로. 아프다고 하는 곳을 꾹 누르는 게 아니라 아주 가볍고 얕게 빨리 누르면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덜 아파져. 보통 아픈데 꾹 누르면 '아파요' 소리가 나오거든."

"그런데 '아파요'에서 아~소리가 나오기 전에 다른 부위로 재빨리 옮겨가는 거야. 종아리를 누른다고 보면 오금에서 발목 쪽으로 내려간다고 할 때 오금을 눌러서 '아파요' 소리 나오기 전에 옆으로 옮겨서 누르고 또 '아파요' 소리 다 내뱉기 전에 옆으로 옮겨서 누르고 이렇게 반복해서 발목까지 빨리 누르면서 내려가는 걸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덜 아파져. 같은 압력으로 빨리 속도를 내서 같은 자극을 주면 뇌가 그 자극에 익숙해진단 말이다. 그 박자를 타기 위해서 나는 발을 흔드는 거고 그게 남들이 볼 땐 웃기게 보이는 거지."

"그런거였구나.ㅋㅋ"

"너는 마사지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4분의4박자로만 만져주면 좋냐? 그럼 지루하고 재미없어. 4분의 4박자를 기본 베이스로 가되 4분의 3박자나 4분의2박자를 섞어서 연주하듯이 해 봐. 그래야 리드미컬하고 재미가 있는 법이다. 비빔밥 말고 코스 요리 먹듯이 다음엔 뭐가 나올까 기대감을 주라고. 알았나?"

"하…."

"이 색히. 어렵냐?ㅋㅋㅋ"

"아시면서 뭘 물어보세요. ㅡ,.ㅡ;;;;"

"지금 이해 안 가고 내가 해 준 얘기들 분명히 까먹게 될 거야. 그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니가 나중에 시간이 오래 지났을 때 갑자기 문득 내가 해 줬던 말이나 이해가 안 됐던 것들이 생각 날 때가 분명히 와. 그 때가 되면 아~ 그 인간이 했던 얘기가 이거였구나 할끼다. 그리고 마사지할 때 중요한 게 있다. 손가락, 손바닥, 발가락, 발바닥은 꼭 만져줘. 말단을 만져줘야 마사지를 받은 느낌이 나는 거야. 말단은 자율신경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라 생각보다 중요하단 말이다. 여자 손 잡으면 좋지? 남이 냄새나는 자기 발을 만져주는 것도 마찬가지야."

"알았어요."

"너무 세게 받는 손님은 니가 너무 힘들 거 같으면 다른 사람한테 넘겨. 아니면 손님한테 내 힘으로는 안될 거 같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 너는 덩치가 작아서 다 커버 못한다. 감당 안 되는데 진 빼가면서 애쓰면 지쳐서 더 하고 싶어도 못하게 돼."


"근데 책은 뭐 봐요?"

"지금은 딱히 볼 필요는 없어. 보고 싶으면 나중에 내가 많이 봤던 책 중에 기침활법이라는 책이 있다. 아마 나온 지 오래 돼서 구하기 힘들지만 잘 찾아보면 구할 방법이 있을 거다."

"(인터넷 검색 후) 이 책 맞아요? 저자가 오재o으로 되어 있는 거?"

"맞다. 그 사람이 내 작은 아버지다. 지금은 돌아가셨고."

"작은 아버지라구요?"

"그래. 활법 처음으로 들어온 게 작은 아버지다. 나는 작은 아버지한테 배웠고. 한국에서 활법한다는 사람 내가 많이 안다."

"저자 밑에 오중o도 있는데 이 분은 누구에요?"

"작은 아버지 아들. 내 사촌형."

"그렇구나."

"쌤 그럼 일본 가시면 다시 안 와요?"

"나야 내 가족에 애들까지 다 일본에 있는데 여기 자주 올 일이 뭐가 있겠냐. 거기에서 먹고 사는데 문제 없고 나는 일본이 한국보다 훨 낫다. 쌀도 일본 게 더 맛있어."

"일본은 어때요?"

"일본은 뭐…마사지샵 엄청 많다. 근데 나는 내 단골 손님이 많아서 잘 굴러가. 내가 일본에서 돈 어떻게 벌었는지 모르지? 가게에 오전9시 전에 나가서 청소하고 9시 되면 손님 예약 받아서 밤9시까지 계속 마사지 했다. 점심은 중간에 김밥이랑 우유 후딱 먹고 계속 일만했어. 그렇게 몇 년 해서 돈 벌어서 일본에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그렇게 됐다. 지금 직원들도 대부분 나한테 배워서 일하게 된 거고 지금도 그 사람들 잘한다 소리는 못 들어도 어디 가서 마사지 못한다는 얘기는 안 듣는다. 그러니까 알려준 것만 잘하면 너도 그렇게 될 거다.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주눅들지도 말아. 니 할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 니가 자신이 없고 확신이 없으면 손님도 그걸 느껴. 그럼 기 싸움에서 니가 밀리는 거야. 주도권도 뺏기고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무슨 마사지를 하냐."

 

그 이후에 오쌤이 아는 일본 사람들도 마사지 받으러 오기도 했고, 오쌤이 일본어 하는 걸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손님들도 나한테 일부러 넣어주고 옆에서 통역도 해주고 잘 안 되는 부분도 잡아주고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지요. 관리사들은 자기 관리에 다른 관리사가 간섭하면 기겁을 하고 심지어 싸움까지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리사들 사이에서의 참견은 자존심 상하고 경악할 일인데 저 같은 경우는 하다가 안 되면 일부러 오쌤한테 이 분 여기 아프시다는데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손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제가 관리하던 손님한테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더 좋다고 직접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아직 잘 몰라서 옆에 잘 하시는 분한테 부탁드렸습니다. 다음에 오시면 더 잘 해드리겠습니다.' 라고 정중히 얘기하면 대부분은 이해해줍니다. 물론 그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관리사들은 기겁을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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