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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칼럼

일본 마사지사의 테크닉을 배우면서 들은 마사지 잘 하는 법

by 효가드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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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가 가게를 떠난 뒤 저는 혼자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교육비 뜯으려고 접근하는 사람들한테도 돈이 없어서 안 되겠다는 이유를 대고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고요. 사이가 나빠지면 일하는 데 불편해지기에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궁금한 것들이나 신기해보이는 마사지 기술을 보면 커피를 사 주거나 담배를 사 주면서 계속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을 최대한 띄워 주면서 나는 불쌍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저랩 하수 모드로 나가면 상대방은 기분이 좋아져서 보통은 알려주게 되거든요. 이게 서로 윈윈하는 저만의 생존 방법이였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날 무렵 가게에 새로운 관리사 한 명이 등장했습니다. 175정도 키에 덩치가 제법 컸고 인상은 샤프하게 생겼는데 목소리는 좋았어요.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2개월정도만 일하다가 갈 거라고 했는데 마사지 고수라고 했어요. 성은 오씨라서 앞으로 오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때부터 저는 관찰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손님들이 이 사람한테 관리 받으면 다음에 올 때도 이 사람한테만 받으려고 했습니다. 하루는 일가족3명이 와서 다 오쌤한테 받겠다고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오자마자 며칠 사이에 가게에서 에이스 먹더군요.

 

이후에 최대한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이 분이 성격이 워낙에 좋고 호탕해서 금방 친해졌습니다. 간략히 적어보자면 나이는 40대 초반에 한국 사람이고 간호사인 일본 여성과 결혼해서 일본에서 살고 있다고 했고요 극진 가라데를 오래했고 극진 공수도 사범이자 선수였으며 일본에서 마사지샵과 가라데 도장을 같이 한다고 했습니다. 밤에는 쇼핑몰에서 전자 부품인가 판매도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는 부모님도 뵙고 한국에 있는 집을 처분하려고 잠깐 들어온 건데 그냥 시간 보내기가 뭐해서 돈이나 조금 벌다 가려고 온 거라고 했지요.



그 당시에 페이스북을 보여줬는데 일본에서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하고 찍은 사진이 엄청 많았고 연예인들하고 마사지 해 주면서 찍은 사진도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는 제가 페이스북을 안해서 페이스북 아이디를 물어보지 않았는데 그 바람에 지금은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네이버 라인도 안 해서 라인 아이디도 모르고요. 지금 생각하니 보고 싶네요.ㅎㅎ



하루는 같이 관리를 들어갈 기회가 왔는데 마사지 기술이 제 눈에는 정말 신기해보였습니다. 저는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하는데 중간 중간에 힐끔힐끔 쳐다보니 세상 여유롭게 마사지를 하고 있더라고요. 관리가 끝난 손님은 엄청 시원하다고 감탄사를 날리고요. 신기해서 관리 끝나고 나와서 쫄랑쫄랑 쫓아갔어요.

"선생님 마사지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그냥 잘 하면 된다."

"아니 그거야 알죠. 근데 그거 말고요."

"잘 하면 돼."

"아......쫌... 계시는 동안만 좀 알려주세요."

"이 색히...맨 입으로 먹을라고?"

"ㅎㅎㅎ 그건 아니고요 제 사정 아시잖아요. 저 먹고 살기 쪼들리는데."

"마. 담배나 한 갑 사온나."

"네." (열라게 뛰어가서 2갑 사 가지고 왔습니다.)

"한 보루 사려고 했는데 2갑밖에 없데요. ㅎㅎ"

"이 색히...ㅋㅋㅋ 알았다. 가르쳐줄게."

"수업료는요?"

"이거면 됐다."

"와...다른 사람은 350달라고 하던데 감사합니다.ㅎㅎ"

"뭐 대단한 거 알려준다고 어떤 ㅅㄲ가 350을 달래. 차라리 나한테 3500원을 줘. 넌 그 돈 주고 배울라고 했냐?"

"아니요. 350은 커녕 35만 원도 없는데 뭘 배워요."

"이 가게 있는 놈이지?"

"아니에요. 묻지 마세요."

"이 색히...ㅋㅋㅋ 알았다. 근데 내가 보니까 여기서 나보다 마사지 잘 하는 사람 한 명도 없다." (실제로 가게에서 아무도 반박 못했습니다.)

"진짜요?"

"그래. 보면 안다. 너도 나중에 오래 하다 보면 다 느끼는 때가 온다."

"얼마나 하면 알아요?"

"10년.ㅋㅋㅋ"

"헐..."

"그러니까 열심히 해 임마."

"네."


그 이후로 두 명이나 커플 손님이 오면 나는 최대한 오쌤하고 같이 들어가려고 했고 내가 혼자 들어갈 때도 오쌤은 예약이 없으면 가끔 문 앞에서 나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마사지 세게 받는 손님은 항상 오쌤이 하고 나에게는 쉬운 사람을 넘겨줬지요.

"야. 마사지를 잘 하는 기준이 뭔 줄 아냐?"

"뭔데요?"

"손님이 인정하고 만족하면 그게 잘 하는 거다. 아무리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해도 손님은 엎드려 있기 때문에 모른다."

"아하…"

"또 있다. 가려운 데를 찾아서 잘 긁어 줘야 돼. 가려운데 긁으면 시원하면서 쾌감이 오잖아."

"그러네요."

"그리고 젤 중요한 게 있다. 아프게 하면 안 된다."

"아프게 하면 안 된다구요?"

"생각해봐라. 니가 마사지를 받는데 똑같이 풀린다면 아픈 게 좋냐 안 아픈 게 좋냐?"

"그야 안 아픈 게 좋죠."

"그렇지? 최대한 안 아프게 해야 돼. 정말 안 좋은 데는 어쩔 수 없이 아프겠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최대한 안 아프게 해야 된다. 그렇게 푸는 게 진짜 고수다. 그러면서 근육이 풀리는 걸 느껴야 된다."

"그걸 어케 느껴요."

"나도 그딴 걸 어케 느끼냐고 했었는데 8년 되니까 느껴지더라.ㅋㅋㅋㅋ."

"아직 한참 멀었네요. 근데 안 아프게 풀려면 어케 해야 하는데요? 살살?"

"그건 기본이고 임마. 너 하는 거 보니까 거의 다 팔꿈치로만 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돼. 온 몸을 다 써야 된다."

"온 몸을 다 쓴다고요?"

"그래. 손가락부터 손바닥, 팔꿈치, 상완, 어깨, 무릎, 발까지 다 쓸 줄 알아야 돼."

"헐..."

"너 손가락 쓰다가 망가지면 그 땐 뭘로 마사지 할래? 접을 거냐? 팔꿈치로 마사지 하다가 팔꿈치 다치면 접을 거냐?"

"그건 생각 안 했어요."

"허벅지 내놔봐."

"네.( 다리를 쭉 폈다.)

"허벅지 중에서 젤 민감한 데가 허벅지 안쪽이지?"

"네."

"잘 봐. 손가락 끝으로 누르면 아프지?"

"네."

"엄지손가락 지문으로 누르면 조금 덜 아파도 아프지?"

"네."

"팔꿈치로 누른다. 아프냐?"

"네."

"그럼 손바닥으로 누른다. 아프냐?"

"아뇨."

"그럼 이제 어깨로 누른다. (어깨 삼각근 부위로 누르면서) 아프냐?"

"아뇨."

"이제 발바닥이다. 아프냐?"

"아뇨."

"자 그럼 다시. 이번엔 척골로 누른다. 아프냐?"

"네. 아파요."

"내가 팔 돌려서 척골 말고 전완근으로 누른다. 아프냐?"

"아뇨."

"자 뭔 차이야. 얘기해 봐."

"잘 모르겠는데요… 살이 많은 부분이 덜 아픈 거?"

"이 색히...단위 면적이 넓어지잖아. 임마. 모르겠냐?"

"아하.!!!"

"예민하고 아픈 부분일수록 손가락 끝 부분인 지첨으로 누르면 아파. 근데 그거보다 면적이 넓은 지문 부위로 누르면 좀 덜 아파. 거기에서 손바닥 전체로 누르면 안 아프잖아. 이해가 가냐?"

"네.ㅎㅎㅎ"

"척골도 마찬가지야. 척골은 긴데 뼈라서 단단하고 아프다고. 거기에서 손바닥을 돌리면 척골이 안 닿고 살 많은 근육 부분이 닿잖아. 그럼 덜 아프잖아 임마."

"ㅎㅎㅎㅎㅎ"

"어깨 삼각근 넓지? 허벅지 안쪽 부분은 조직이 큰 데다가 민감하다고. 거기를 삼각근이나 발바닥으로 누르면 면적이 커지고 압력이 분산되니까 안 아프다고. 알겠냐? 아파도 기분이 나쁘지 않단 말이다."

"네.ㅎㅎㅎ"

"세게 받는 사람은 날카롭게 해주면 시원하다고 해. 그 사람은 그렇게 해주면 잘 하는 거야. 받는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런데 힘도 제대로 못 빼는 사람이 마사지 받은 경험도 없는데 아프게 하면 참느라고 힘주다가 다시 굳어 버린다. 그러다가 하체 쪽 내려가면 잠들지? 그건 마사지를 잘해서 자는 게 아니고 아프니까 힘주느라 참다가 지쳐서 잠드는 거야. 그게 마사지냐? 돈 내고 고통 체험 하러 온 거지."

"그러네요…."

"사람마다 생각하면서, 모르면 아프냐고 물어보면서 거기에 맞춰서 해줘야 된다. 그냥 누르면 안 돼. 그리고 니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들 자꾸 누르면서 느껴봐야 된다. 니가 눌러서 아픈 데는 다른 사람도 아파. 어떻게 하면 최대한 안 아프게 할까 생각하면 된다. 테크닉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관리하면서 손님하고 잡담할 시간이 어딨어 임마. 생각하면서 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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